시편 113편
6. 하늘과 땅을 굽어보시는 분
7. 억눌린 이를 먼지에서 일으켜 세우시고 불쌍한 이를 거름에서 들어 올리시는 분
1989년에 태어났던 나로서는 1988년의 하계 올림픽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으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88서울올림픽이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고 하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모든 행사에 명과 암이 존재하듯이, 올림픽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야만 했다. 장애인, 노숙인, 산동네의 거주민들은 그들이 일궈온 생계의 터전을 잃고 도시를 떠나야만 했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용역들을 불러 소위 “거리 청소”를 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서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올림픽 개최에 감춰진 진실을 몇몇 목격자들에게서 듣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양심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일우 신부를 비롯한 사람들은 판자촌의 사람들을 위해 함께 투쟁하였다. 이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들의 행보는 정부에 부담을 주었고, 일정 부분 정부의 통제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응당 종교인을 떠나서 그들이 존경 받고 있는 이유다.
시편 기자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도 찬미를 받으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분은 먼지더미를 훑어 살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냄새 나는 거름더미에서 불쌍한 이를 살피시는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빛이 있는 곳을 응시하지 않으신다. 어둠 속 지저분한 곳에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키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존재는 어머니의 모태처럼 푸근하고, 어느 누구나 안전하게 거할 처소가 된다. 마땅히 어둠을 바라볼 줄 아는 시선과,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 하나님을 닮아 인간이 짊어져야 하는 책무가 아닐까 싶다. 하나님을 모방하는(Imitatio Dei) 하루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