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자료/묵상

영광과 법규, 그리고 기쁨

habiru 2019. 8. 21. 17:02

시편 97편

1. (96) 주님은 임금이시다. 땅은 즐거워하고 수많은 섬들도 기뻐하여라. 

2. 구름과 먹구름이 그분을 둘러싸고 정의와 공정이 그분 어좌의 바탕이라네. (...)

8. 시온이 듣고 기뻐하며 유다의 딸들이 즐거워하니 주님, 당신의 법규 때문입니다. (...)

11. 의인에게는 빛이, 마음 바른 이들에게는 기쁨이 뿌려진다. 

 

  영광과 법규, 그리고 기쁨.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주제어들이 한 편의 시 안에 녹아들어 있다. 시인은 도대체 누구이길래 어울리지 않는 주제어에 대해 말했던가. 나는 "노래는 내 전부야."라고 말했던 가수 이소라 씨의 말이 잔상에 남아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시인에게도 영광과 법규, 그리고 기쁨이 그의 전부였던 것일까. 시 한 편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인터뷰에서 정호승 시인은 “언어로서 감동 받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시대지요. 지금은 영상정보화 시대가 아닙니까. 하지만 언어 속에도 영상이 있긴 한데 그 영상을 발견할 수 있는 영혼이 점점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고(思考)하지 않고 영상만 보는 시대를 거슬러 시와 소설은 자기 사고를 통해서 영상을 보는 행위입니다. 저는 이제야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5개의 다발로 묶여 있는 150편의 시를 묵상하기 위해 영겁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시편에 관한 설교를 준비하며 시인이 말하는 진실의 표면에라도 닿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터뷰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429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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