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월,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밤낮으로 선선한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요새 날씨는 유달리 맑아 달과 별이 새겨진 밤하늘에 조각구름이 유영하며 흘러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광활한 하늘이 잘 보이는, 제주의 가을 하늘은 보기에 참 좋다.
어느새 마트 한편에서는 풋대추와 함께 이른 시기에 수확된 감귤이 팔리고 있다.
가을이 수확의 시기인 만큼, 가을만 되면 나는 속사람이 영글어져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그간,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성숙하고 깊어졌던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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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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