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00교회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후기

habiru 2022. 8. 11. 16:33

1. 지난 7월 30일(토)부터 31일(주일)까지 00교회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강사로 다녀왔다. 00교회 중고등부는 2016년부터 2019년 초까지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역을 했던 곳이었다. 실은 여름수련회 강사로 초대된 후, 어떻게 그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전달해줄 수 있을지 고민됐다. 과연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고, 이를 위해 기대감과 불안감을 안고 수련회를 준비했다. 간절하게 설교를 준비하고, 메시지를 나누는 시간 동안 진심으로, 진정성을 갖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련회를 마치고 난 이후, 솔직한 감정은 다음과 같다.
2. 오랜만에 방문한 교회당은 인테리어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원래부터 모던했던 느낌의 교회당은 더욱 모던해져 있었고, 화이트 계열의 인테리어는 대덕연구단지의 이지적 분위기를 더욱 짙게 드러내고 있었다. 현관문을 지나 중고등부가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조금은 낯선 느낌의 교회당 계단을 터벅터벅 올랐다. 4층 중고등부실에 도착했다. 이전과 달리 중고등부에 출석하는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2019년까지 평균 출석 30~40명이었던 청소년들은 어느새 5명 내외로 줄어들어 버렸다. 나 스스로 정량적 성과와 실적이 중요치 않다고 믿고 되뇌고 있었으나, 이를 납득시킬 만한 정성적 성과와 실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외부적으로 보이는 문제의 원인은 1)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이 가장 큰 탓이 가장 클 게다. 비대면 예배 양식은 많은 부분에서 교회당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또한 2)출생률 감소를 포함한 초고령 사회로의 변화는 청소년부의 자연스러운 이탈을 야기했을 것이다. 이것은 2세대 및 3세대의 감소로 이어졌다. 3)대덕연구단지의 노동자 연령 비율을 확인해 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직관적인 느낌상, 00교회 구성원의 연령대가 증가한 것은 유아동 및 청소년 인구의 유입이 적어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3. 중·단기적으로 00교회는 어려움을 인구 감소의 위기를 극복할 만한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실 이러한 현상은 00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를 구성하는 중심 연령대가 청·장년에서 노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20년 내 교회당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경기 수도권의 대형교회를 제외하고, 지방소멸에 따라 지방 중소도시의 작은 교회부터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넋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4. 이제 더 이상 교회 성장세의 둔화를 걱정해야 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지방소멸의 위기와 함께 찾아온 지방교회 소멸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중·장기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교파와 기관, 단체를 초월해서 협력하여 짧게는 5년 단위, 10년 단위로 이를 위한 논의를 해야 된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교인들은 연합하고 하나되기에 게으르다. 갱신과 개혁을 위해 기독교는 철저하게 무너져야 한다.

5. 갱신과 개혁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될 듯하다.
1) 삶이 정초한 자리(Sitz im Leben)에 신앙과 신학이 위치해야 한다. 시답잖은 논쟁을 초월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이 고민해야 할 바는, 고단하고 황폐화된 사람의 내면을 다듬을 수 있는 기독교적 영성 계발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이는 형이상적 기술이 아닌, 물질적이고 기능적 방식을 중심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즉, 프락시스와 무관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삶과 무관한 영성 계발로 이루어져 현실을 도피하는 식의 영성이 만들어질 것이다. 프락시스적 영성은 기도와 예배, 읽기와 쓰기, 교제 등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즉, 인간 내면을 향한 영성훈련의 도구인 기도와 읽기, 쓰기와 더불어 사회적 영성훈련의 도구인 예배와 교제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2) 또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 사회를 구원하는 대칭사회(Kontrast Gesellschaft)로 교회가 자리해야 한다. 상상력 부족, 역량의 한계로 대칭사회를 형성할 수 없다면, 하다 못해 현재 체제에 대한 보완사항을 부연해야 한다. 이는 경제에 있어서 금융경제보다 실물경제, 경영에 있어서는 사회적경제나 ESG 등의 방법을 차용하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의제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독교 전통이 오래도록 닦아온 청지기 소명론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어차피 자원 고갈은 예견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는 멸종과 종말을 준비해야 될지도 모르나 대칭사회로서의 교회는 안전가옥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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