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제주에 이주한 후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스노클링이다. 주말, 휴일, 맑은 날이 교집합이 이뤄질 때는 스노클링을 하러 다니는 편이다. 물 위를 떠다니며 바다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스노클을 하기 위해서는 부력을 이용해야 한다. 수면 위로 온 몸을 축 늘어뜨려야 한다. 마치 온수 매트에 엎드려 있는 것처럼 힘을 풀어야 한다. 몸에 힘을 주게 되면 가라앉게 된다. 또한 호흡은 가쁘게 해선 안 된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어야 안정적으로 호흡을 할 수 있다. 급한 마음에 호흡을 빠르게 하다 보면, 폐 깊은 곳까지 산소 전달이 되지 않아 도리어 숨 쉬기가 어렵다. 호흡도 가쁘게 하지 않아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스노클을 즐길 수 있다. 발차기나 숨쉬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한다. 김영하 작가가 인생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최선을 다하지 말자."라는 말과 유사하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 정작 최선을 다해야 될 때, 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후회가 남을 것이다. 스노클링이나 인생이나 100%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근력으로만 힘써야 한다.
# 몸글.
정작 스노클링 얘기를 하면서 얘기가 길어졌다. 이 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스노클링 추천지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개인적인 소감이기 때문에 과감히 패스해도 좋다만, 3개월짜리 제주도민의 이야기도 쓸 모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유명한 스노클링 스폿(spot)인데, 가 본 장소만 후기를 남겨 본다(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
1) 판포포구
- 스노클링 하기에 판포포구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수욕장이 아니라 포구이기 때문에 처치 곤란 모래가 없어서 뒷정리에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대신에 바위를 밟다가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 다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커다란 바위라고 하더라도 흔들리는 바위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더군다나 현무암의 날카로운 표면은 피를 보기 딱 좋다. 생채기에 짠물까지 최악의 스노클이 될 수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 물이 맑고 깊다. 물이 맑아 시야 확보가 잘 되는 반면에 다소 깊은 편이다. 구명조끼나 부표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고기도 잘 보이고 포구 특성상 물이 거세지 않기 때문에 스노클링 하기엔 좋은 편이다. 포구 앞에서 구명조끼나 튜브를 대여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또한 포구 근처에 주차장이 있고 길가나 마을에 어느 정도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 동선까지 고려한다면 좋다. 덤으로 근처 상점도 있으니 음식과 쉴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 단, 사람이 너무 많다. 유명세 때문에 포구 크기에 비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이 몰려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스노클을 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치일 정도까진 아니나, 사람이 많은 점은 아쉽다. 그러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쉬기에 어렵다. 텐트를 가지고 오더라도 텐트를 설치할 곳이 없을 정도다.
2) 김녕해수욕장
- 김녕해수욕장의 장점은 해수욕장치고는 주차장과 해변 사이가 가까워 편리하다. 또한 주차장과 해변 사이에 음수대가 있어서 짠맛으로 남은 입안을 헹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통 등에 물을 받아 차량에 올라타기 전, 더러워진 발을 깨끗이 하는 게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모래사장이 넓고 깊이가 완만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에 좋다. 또한 주변에 소품샵을 비롯해 상점이 있어서 휴식하기에 좋다.
- 갯바위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할 만한 장소가 있는데,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다. 특별히 김녕해수욕장의 모래 입자가 작은 탓인지 파도가 세면 물이 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날씨 탓일 수 있으니 여건에 따라 즐겁게 스노클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물이 맑은 것은 장점이다.
3) 함덕해수욕장&서우봉
- 함덕해수욕장의 장점 중 하나는 네임드 해수욕장이지만 구제주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이다. 예쁜 해변과 에메랄드색 바다는 덤이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은 서쪽과 동쪽으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서쪽 갯바위보다 서우봉 방향 동쪽 갯바위 해변이 조금 더 좋은 장소인 듯하다. 물이 깊지 않은 탓에 무난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상하리만큼 물고기들이 겁이 없어 보인다. 과장하자면 물고기들과의 교감도 가능해 보인다.
- 좁은 해변에 해수욕 인원 밀집도가 높은 편이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쓰레기도 많이 보인다. 마찬가지로 주차장이 넓은 편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주차가 어렵기도 하고, 주차장과 해변 사이의 거리도 멀다.
4) 신촌리 포구
- 함덕해수욕장과 신촌리 사이에 있는 작은 포인트가 있다. 이름조차 잘 모르는 곳인데, 이곳이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는 최고의 가성비 포인트다. 근처에 "무거버거"라는 식당이 있는데, 나름 유명한 맛집인 듯하다.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에서도 지나친 곳이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아직 먹어보진 않았으나 장담은 못함).
- 이곳은 작은 모래사장과 갯바위가 있는데 걷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단, 사람 밀집도가 높지 않고 포인트가 넓은 장점이 있다. 갯바위 주변으로 다소 수심이 깊은 곳도 있으나 위험하진 않아 보인다. 이곳에선 숭어, 게 등을 비롯해 이름 모를 물고기를 볼 수 있으며 물고기 떼도 자주 볼 수 있으니 최고의 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주차장과 해변이 매우 짧아 이동이 유리하나 주차장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단점은 있다. 그러나 갯바위로 이동할 경우, 후처리가 쉽기 때문에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는 글.
기회가 되면 서귀포 지역으로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가 볼 생각이다. 섶섬, 소천지, 황우지해안 및 선녀탕, 구두미 등을 방문해 볼 생각이고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는 포인트도 검색해 찾아가 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여름이 짧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일 생각이다. 추후 방문지는 업데이트 할 생각이다.
#추신. 참고로 표선해수욕장은 스노클링을 즐기기엔 심심하고, 곽지나 금능으로 갔을 때는 시야가 보이지 않는 탁한 날이라 소감을 남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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