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어느 무속인이 나오는 쇼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이직이 잦은 직장인이 인내심이 없고,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며, 인간관계에 불성실한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역마살이 낀 직장인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피식’하고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의 판단이 우스웠기 때문입니다. 그가 단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는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종교계 직군에 있는 사람이 그런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인지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직장은 직업, 혹은 소명과 동의어일 테지만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과 직업은 엄연히 다르고, 직업과 소명도 다를 수 있습니다.
예술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때로는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예술인이 아닐 수는 없습니다. 또한 실직 상태에 빠진 사람이라고 소명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부모님께,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일할 수 없는 계약직 00에게, 소명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볼프(M. Volf)의 성령론적 일 신학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직업을 소명 아닌 은사로 접근하는 부분에 일면 수긍되는 부분입니다]
되돌아보니 2019년부터 직장인으로 지낸 시간이 몇 년째입니다. 이런저런 장소에서 만났던 청년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몇 줄을 더 붙이기 위해 수고한 노력을 안다면, 그들에게 직업 소명과 책임감이 없다고(혹은 역마살이 끼여 있다고) 비난할 수 없을 겁니다.
때로는 궁지에 몰려 절실한 누군가에게 종교인의 말이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깊이 인지했으면 합니다.
오늘도 힘들게 퇴근하는 여러분, 모두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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