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반년이 흘렀다. 물리적으로 반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테지만 “순식간”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정도로 나는 6개월을 허겁지겁 보냈다. 당시 예비신랑이었던 나는 예식을 연기해야 할는지, 혹은 그대로 진행해도 좋을지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예정대로 결혼식을 추진하자고 결심했던 아내에게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그녀의 용기 덕에 나는 지난 반년 간 부단히 결혼식과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아내와 함께하며 느낀 기쁨과 감격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지난 반년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간 동안 질병과 고통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후회 때문이다. 밤을 새워 지난 날을 되돌아봐도 모자랄 판에, 나는 충분히 기도하지 못했다. 기도의 목적이 질병을 극복하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가깝다는 신념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끝내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수술을 하루 앞두고 병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조각난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도 시간이 꽤나 걸릴 듯하다. “하나님의 신비에 참여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수술 및 회복의 시간을 보내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무뎌진 생각에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오늘부터 신비에 참여하는 순례자가 될 수 있길 빈다. 내일 아침, 수술대 위에서도 오롯이 주님께 집중하는 담력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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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서, 주님.
주님을 기다립니다.
고통 중에 임하시는 주님.
대림의 시기에 질병의 신비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묵은 생각도 신선한 깨달음으로 변화시켜 주시길 빕니다.
주님의 임재를 몸소 경험시켜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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