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싫은 책과 문장

누가 사람이냐

habiru 2022. 8. 19. 13:00

거듭 말한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나는 보통 평범한 인간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는, 내가 평범한 보통 인간이 아니다. 나의 마음 속에는, 내가 매우 중요한 나다. 내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은 나의 존재의 숨어 있는 존귀함을 어떻게 실현시키고,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이다. 

모든 고뇌와 불안 너머에 자아-성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나의 실존의 존귀함이 있다. 나 자신의 마음 속에 나의 실존은 독특하고 비할 데 없이 값지며 차라리 값으로 따질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의 의미를 도박으로 잃어버리는 일은 생각조차 거부한다. 

실제 인간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삶은 하나의 부담으로 느겨지는 대에조차 매우 소중하게 받아들여진다. 인간 존재의 진실은 살아 있는 존재의 사랑이다. 사람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역겨워함으로으로써 자신에게 형벌이 가하는 것은 존재를 지나치게 모욕하고 더럽힌 결과이다. 

존재를 역겨워하는 것, 세상의 함정에 빠져 버린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외람됨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사람이 자기 자신의 우상이 될 때, 석판(石板)은 깨어진다. 죽음에 대한 지나친 불안이, 죽지 않고 계속 살겠노라고 말없이 고집하는 외람됨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닐까? 

"사람은, 세계가 창조도니 것은 나를 위해서라고 말할 의무가 있다"(산헤드린 37a). 오직 나 혼자서만 감당할 수 있는 사명이 있다. 그 사명은 너무나도 거대하여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곧 온 인류의 의미를 요약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윤리의 근본 문제는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런 방식의 약점은 나의 행위(doing)를 "나"라는 순수한 존재(being)"로부터 분리시킨 데 있다. 마치 윤리라는 것이 인간 실존의 한 특수하고 첨가된 국면인 듯이 말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문제는 행위보다는 자아에 더 깊이 그리고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덕적인 행위이다. 그것은 자아에게 첨가된 어떤 물음이 아니라 문제로서의 자아이다. 

도덕 문제는 한 인격의 문제로만 다루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나인 나의 삶을 살 것인가? 나의 삶이 그 사명이요, 그 도전이다. 

도덕적인 행실이 중요한 것은, 예컨대 사회 공동체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 없이는 나의 사람됨에 있어 인간적인 면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입장은 도덕에 관한 논의의 또 다른 출발점, 곧 도적적인 이상(理想)과 가치라는 게 있는데 나는 어떻게 그것들을 이룰 것인가 하는 물음(출발점)과 대존된다. 

-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누가 사람이냐>, 48-9.

 


나는 나에게 내 소명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그건 나 한 사람에 대한 질문이자 보통의 사람에 대한 물음이 된다. 그건 명사성과 관련된 물음이라기보단 동사성과 연관된 물음이다. 존재(being)는 행위(doing)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내 다시 묻는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은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베레시트 바라 엘로힘 엣 하샤마임 베엣 하아렛츠;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로 시작되는 창조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만들어진 인간 정체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요새 나의 고민이자 생각거리다. 사람됨에 고민이다. 어떻게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