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치료 과정

병고의 은총

habiru 2019. 5. 22. 20:37

  어제(화요일) 15시,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여수공항에 도착했다. 16시 비행기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여유 있게 1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항 앞에서 엄마의 전화가 왔다. 지난 월요일에 받았던 피검사 결과를 의사에게 유선으로 들었던 것을 내게 재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피검사 결과, 의사는 내가 ‘갑상선항진증’이라고 말했다. 이는 호르몬 분비를 하는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으로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는 증상을 뜻한다고 한다. 예전에 아빠도 체중이 줄어 병원에 내원한 결과, 동일한 병을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 아마도 가족력의 영향이 큰 듯했다. 최근 들어, 체중이 줄었던 까닭이 질환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다니. 다행히 이는 약을 복용하면서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목이 쉰 까닭은, 아마도 갑상선에 생긴 혹 때문이리라 의사는 생각했다고 한다. 오른편에 생긴 혹이 성대의 신경을 눌러 오른편 성대의 움직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에 조직검사를 받고,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해 주었다. 짐작은 했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수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는 누나를 통해 차주 화요일 오전에 세브란스 병원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제주 여행이 마치고, 의사 소견서를 받아 세브란스에서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사단이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이전에 일어났으며, 나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걱정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여행에 앞서 병고에 대한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정된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염려를 거둬야 했다. 

  오늘은 애월읍에 있는 한 해안바위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록 걱정거리들이 있었지만 홀로 2시간 남짓한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어떻게 기도하며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시편을 읊조리며 내면의 평화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대화의 기도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나님과 대화하는 기도의 깊은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열망을 조금은 갖게 된 시간이었다. 제주 4.3. 평화공원과 절물에서 오후를 보내면서도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는 인지와 기도를 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관상적 기도의 깊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를 가져 본다.

깊이, 더 깊이,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기를.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인지하기를.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구원을 갈망하는 솔직한 부르짖기를.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으며. 

-----2020.12.07. 다시 씀

처음 갑상선암 의심 얘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갑상선항진증 진단을 받았을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하는 중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에서 저하증, 그리고 갑상선암에 이르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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