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싫은 책과 문장

목회의 현실

habiru 2017. 7. 27. 15:34

  목회에는 영예로운 면이 많지만, 회중은 결코 영예롭지 않다. 회중은 니느웨와 같은 곳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곳이다. 적어도 도표로 측정할 수 있는 그런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예배와 기도의 장소에서, 날마다 일하고 노는 장소에서, 미덕과 죄가 오가는 혼잡함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계속되고 있음을 누군가는 신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회중을 미화하는 사람은 목사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화려하고 열정에 찬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우리 설교를 듣는 우리 회중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대단한 회중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곳이든 오래 머물다 보면 도무지 막을 수 없는 험담, 고장 난 난방 시설, 초점을 잃은 설교, 포기하는 제자들, 불협화음을 내는 성가대 혹은 그보다 더 심한 일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회중은 전부 죄인들이 모임이다. 게다가 그 회중의 목사까지 죄인이다. 

  회중 가운데 찬란한 순간들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분명히 그런 순간들이 있다. 종종 있다. 그러나 지저분한 때도 있다. 그것을 왜 부인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정직한 목사는 회중의 형편없는 면을 깊이 인식한다. 그래서 끝도 없이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숨통을 틔어야 하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해야 하고, 날이면 날마다 믿음과 사랑으로 목숨 걸고 거리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우리는 이것을 매주 매년 경험한다. 어떤 주는 좀 낫고 어떤 주는 더 심하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세가 시내 산 밑에서, 예레미야가 예루살렘 거리에서, 사도 바울이 문란한 고린도 교회에서, 사도 요한이 두아디라의 상한 갈대들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이것을 부인하면 우리는 정상적으로 일할 수가 없다. 이것을 회피하면 이사야의 통찰, 다윗의 고통,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의로 우리를 끌어당기거나 굶주림이나 목마름과 분리되어버린다. 

  회중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무능한 회중에게 힘을 붙어넣어줄 거라고 장담하는 해결책을 자신들에게 사길 바란다. 이런 영적 양념을 팔아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목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끝도 없이 속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구입한 방법이 실패하면 목사는 회중을 탓하고 또 다른 방법을 구매한다. 이 모든 장난 뒤에 감쪽같이 숨어 있는 마귀는 너무도 쉽게 우리가 하는 일에 불만을 갖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도저히 못 해먹겠다고 치를 떨며 사역에 대한 우리의 은사와 주님에 대한 헌신을 알아줄 다른 교구를 찾아간다. 목사가 지루해서 혹은 화가 나서 혹은 들떠서 한 회중을 버리고 다른 회중을 찾아갈 대마다 우리 모두의 목회 소명은 위축된다. 

- 유진 피터슨, <목회자의 소명>, 34-6. 


  2014년부터 파트 전도사 사역을 했으니 햇수로는 4년차 목회 사역 중이다. 처음 가졌던 낭만적인 기대와는 달리 상상 외로 목회 현실이 어둡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예상 외로 회중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사랑과 기쁨, 행복, 보람, 감동이 넘치는 목회를 바라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때론 분명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러나 목회의 대부분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농사와 같다. 거름을 주는 일과 해충을 잡는 일, 물을 주는 일, 마음의 동요 없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찾게 된다. 회중을 감동시킬 만한 방법을 말이다. 감동적인 프로그램, 수련회, 선교, 양육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성도들의 마음을 붙잡고 싶다. 그렇지만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 회중들은 금세 따분해 하고 지친다. 덩달아 목회자의 마음도 무거워질 뿐이다. 

  그런데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특산품을 구매하도록 회중을 유인하고 꼬드긴다. 그러면서 함부로 담을 수 없는 진리를 쉬운 언어와 기교로 팔아내려고만 한다. 목회자의 도상에 선 나조차 한낱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에 불과하다. 상품 판매와 구매, 유통업자를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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